2026
제목: 벗에게 보내는 청구서⋯
발신인: 호두
어제는 한가해서 하루 종일 청구서를 정리했어. 대부분 객경이 온갖 가게에 달아둔 외상이었지. 신월헌, 유리정, 백마 여관⋯.
뭔가⋯ 색다른 기분이었어. 마치 엄마가 되어서 집안 꼬맹이들이 어질러 놓은 걸 치우는 느낌이랄까?
내 벗이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너도 페이몬을 돌보고 있잖아. 뭐, 걔는 너한테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유형 같지만. 그래서! 현금 결제와 외상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간극을 메우고, 우리의 궁합을 더 찰떡같이 만들기 위해 이 당주님이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 말씀이야. 바로 네게도 청구서를 보내는 거지.
「금일 케이크 1개 예약. 왕생당으로 배송 요망. 호 당주 탄신일 축하 명목. 비용: 1,000 모라. 지급 시점은 추후 협의」
하핫, 어때? 네 이름으로 달아둔 외상이야. 마음속에서 갑자기 책임감이 마구 샘솟지 않아?
절대 떼먹으면 안 돼!
2025
제목: 벗이여, 돼지 보러 오시게나!
발신인: 호두
「하루가 여삼추로다」라는 말이 있지. 그럼 우리는 대체 가을이 몇 번이 지날 동안 만나지 못한 것이려나~?
히힛, 리월항은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어. 객경도, 향릉도, 치치도 다들 잘 지내고 있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데⋯ 왕생당만 썰렁한 게 좀 아쉽달까? 아 글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바람에 본당 앞에 풀이 세 치나 자라나 있더라니까?
그래서 본 당주가 밤새도록 생각을 해본 끝에, 묘책을 하나 떠올렸다 이거야!
새 손님은 발바닥에 기름을 바른 듯 후딱 강 저편으로 보내주자! 그럼 손님네 친구들은 편안히 발 뻗고 잠잘 수 있겠지.
강 저편에 종이배가 그득그득 떠 있게 해주자! 친지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떠나간 손님이 알 수 있게.
손님에게 새 옷을 선물하고 싶다? 종이로 꽃저고리와 꽃바지를 만들어 불태워 주자! 저편으로 날아간 고양이가 나비를 쫓아다니게 해주고 싶다? 종이 나비를 불태워 강 저편으로 보내주자!
그렇게 하니까 단골 손님들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더라는 거지. 아무튼, 대충 그런 흐름으로⋯ 방금 커다란 종이 숲멧돼지 한 마리를 만들었거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멋들어진 녀석인데, 혹시 구경하러 올 생각 없어? 이따 날이 어두워지면 같이 무망의 언덕으로 데리고 가자고. 그런 다음 너는 바람을 불어넣고, 나는 불을 피우는 거지. 다 끝나면 나무 위로 올라가서 같이 사과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거야! 어때? 생각 있어?
2024
편지 제목: 벗에게 행운이 있으라!
발신인: 호두
요 며칠 동안 영감이 도통 떠오르지 않아서 시가 영 안 써지더라고, 그래서
소재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문집사에서
점술에 대한 책을 찾게 되었는데···.
웬걸, 이거 꽤 재미있더라?
어제 향릉의 점괘를 쳐봤는데, 「선홍빛 징조」와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결과가 나왔어. 근데 그날 향릉이 쌀독 안에 극상등품 절운고추가 들어가
있던 걸 발견한 거 있지?
어쩐지 요즘 만민당 밥이 매콤하면서도 향긋하더라니!
그래서 이번에는 본 당주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점을 쳐봤더니··· 세상에!
「황금과도 같은 고귀한 친구가 두 사람 모두에게 홍복을 가져다주리라」는
운세가 나온 거야!
으히히! 이게 누굴 가리키는 건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좋구나,
좋아!
음식 준비는 전부 끝냈으니 너는 몸만 오면 돼. 우리 머리 위로 어떤
행운이 쏟아져 내릴지 한번 확인해 보자고!
2023
제목: 친구, 어서 와!
발신인: 호두
얼마 전에 본 당주가 향릉에게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향릉이 바로 수락해 줬어. 그렇게 받은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직접 산에 올라 재료를 채집하는 거였는데, 재료는 반드시 「새로운 것」이어야만 한다더라고. 여기까지 읽었을 땐 아마 미간이 찌푸려졌겠지? 「하늘에 있는 거든, 물속에 있는 거든, 땅에 있는 거든, 먹을 수 있는 거라면 이미 향릉이 전부 시도해 봤을 텐데 새로운 게 있을까?」하고 말이야.
그래서 본 당주도 고민했어. 한참을 돌아다녀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지. 하는 수 없이 나무에 올라 다리나 흔드는데, 그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어! 우수한 식자재는 멀리서 찾으려면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면 눈앞에도 있던 거야. 이 소나무는 견고하고 좋은 향을 풍겨서, 이걸로 닭고기를 구우면 분명 엄청 맛있을 거야!
생각이 트인 김에 본 당주가 시를 하나 지어봤어.
「수려한 산세 속 나무는 많고 버섯은 적구나」
「친구와 함께라면 풀만 먹어도 부족함이 없으리」
소나무와 새고기는 준비됐고, 불도 피웠으니… 친구, 어서 와서 내 발전을 맛봐!
2022
편지 제목: 내 벗이여, 여기야, 여기!
발신인: 호두
최근 본 당주는 낚시에 큰 관심이 생겼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연못가에서 며칠 동안 낚시해도 낚이는 물고기가 없더라. 아마 도우미가 부족해서겠지.
낚시를 논하자면 내 벗인 너를 빼놓고 말할 수 없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낚시해본 고수 중의 고수여, 시간 될 때 와서 뭐가 문제인지 봐줄래? 물고기가 배부른 건가, 아니면 미끼가 잘못된 걸까?
비록 낚시는 실패했지만, 본 당주가 직접 물속에 뛰어들어서 맛있는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았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살코기에 맛있는 양념까지 곁들이니, 이런 진미를 혼자 먹기 너무 아까운걸?
동쪽에는 '호'당주가 있고 서쪽에는 '호'의를 품은 여행자가 있으니 한데 모이면 '호호' 웃음꽃이 피겠구나
빨리 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2021
편지 제목: 벗에게 친필로 문안하는 편지
발신인: 호두
친구, 당주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 있어서 특별히 알리네: 오늘은 이 당주님이 태어난 날이야. 아침에 일어났는데 시상이 떠올라서 하나 지어봤어. 함께 감상해주길 바라.
호씨 가문에 신비한 여자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니, 큰 하늘에 만상을 이루었네.
불나비는 매화 꽃잎처럼 날갯짓하고, 밤이 저물면 꿈속에 향기가 남네.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듯이 왕생은 무상하고,
꽃이 피고, 바위는 홀로 있듯이, 모든 것은 청아하네.
그리고 이 당주님이 요즘 무망의 언덕에 자주 가는데 바위 절벽에 피어있는 꽃을 봤어. 생기있고 비바람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너처럼 나를 기쁘게 하지.
이 청아한 작은 꽃은 코코넛 우유와 함께 마셔야 위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해. 나는 이미 마셔봤으니까 너도 한번 마셔 봐.
시간 날 때 꼭 왕생당에 놀러 와야 해! 보고 싶어!